서론: “안정적이지만,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8호에서 정의하고 제13조에서 그 설정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퇴직연금제도의 한 유형으로, 퇴직급여가 근속연수와 평균임금에 따라 사전에 확정되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는 근로자에게는 안정감을 제공하고, 기업에는 장기 근속 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보장하는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DB형 제도는 근속 패턴, 기업의 재무 상태, 인사관리 방식 등에 따라 여러 한계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완벽한 제도는 아니며 분명한 단점과 부담이 공존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론
1. 근로자 입장에서의 단점
① 단기 근속자·이직자에게 불리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은 근속연수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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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장기 근속자일수록 유리하지만, 짧은 기간만 근무하고 이직하는 근로자는 퇴직급여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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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잦은 이직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DB형이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혜택이 적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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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A 근로자가 2년 근무 후 퇴직한다면 DB형에 따른 퇴직금은 근속연수 2년에 해당하는 소액에 불과하지만, DC형이었다면 2년간 기업이 납입한 부담금과 운용 수익이 고스란히 근로자 몫이 됩니다.
② 퇴직 직전 임금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말년 임금 구조 변화가 퇴직급여에 큰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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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임금피크제로 퇴직 직전 임금이 줄어든다면, 수십 년간 근속했어도 퇴직금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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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정년 직전 성과급이나 수당이 높으면 퇴직금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이는 제도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라기보다는 말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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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회사에 기여했는데, 마지막 몇 년의 임금 체계 변경 때문에 퇴직급여가 줄어드는”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③ 물가 상승률 반영 한계
퇴직 시점에 받는 퇴직금은 고정된 산식에 따른 금액일 뿐,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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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20년 전과 지금의 1억 원 가치는 다르지만, DB형 제도는 이런 실질 가치 하락을 보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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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사회에 접어든 현재, 근로자가 DB형 퇴직급여만으로 노후를 대비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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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DB형만 믿고 은퇴 자금을 준비하면, 장기적인 생활비·의료비 증가에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④ 근속 후반 임금체계 변화에 대한 의존성
DB형은 퇴직 직전 임금 수준을 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근속 후반의 임금체계 개편이나 직무 전환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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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고령 근로자가 정년까지는 고용을 보장받지만, 직급 조정이나 직무 전환으로 임금이 대폭 줄어드는 경우 → 퇴직금도 함께 줄어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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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회사의 인사 정책에 따라 노후 자금이 달라지는 위험이 있습니다.
⑤ 유연성이 부족
DC형처럼 근로자가 운용 전략을 직접 세워 자산을 늘릴 수도 없고, 퇴직 전 중도인출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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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정 사유(무주택자의 주택구입 등)가 있는 경우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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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근로자가 “내 퇴직금을 내 방식대로 굴리고 싶다”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2. 사업주 입장에서의 단점
① 높은 재무 부담
확정급여형(DB형)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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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수익률이 낮거나 운용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 차액은 기업이 책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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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업은 언제나 퇴직급여 지급 의무를 온전히 부담해야 하므로, 퇴직금 적립 부족분이 발생하면 그만큼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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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특히 경기 침체기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 재무 구조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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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처럼 현금흐름 관리가 어려운 회사는 퇴직급여 충당금을 제때 쌓지 못해 급여 체불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②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상의 불이익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DB형 퇴직연금은 부채로 인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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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매년 근로자의 근속연수 및 평균임금 상승분을 반영해 퇴직급여 충당부채를 계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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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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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업 신용등급, 대출 한도, 투자 유치 등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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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DC형은 부담금 납입 시점에 비용 처리로 끝나므로, DB형보다 재무제표상 관리가 훨씬 단순합니다.
③ 인력 구조조정과 인사관리의 어려움
DB형은 장기 근속자가 많아질수록 퇴직급여 부담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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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근로자의 비중이 늘어나면, 정년 시점 퇴직급여 지급액이 급격히 증가하여 기업 재무에 부담이 가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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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령 근로자를 조기 퇴직시키거나 구조조정을 하고 싶어도, 퇴직급여 지급 의무가 커서 쉽게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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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경우, 말년 임금과 퇴직급여 부담이 동시에 급증해 인사전략 운영이 복잡해집니다.
④ 제도 운영의 복잡성과 관리 비용 증가
DB형은 기업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관리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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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전략을 세우고, 퇴직급여 충당금 규모를 매년 계산하며, 적립 부족분을 관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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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와의 계약 및 규제 대응도 모두 기업 몫이므로 행정 부담과 관리 비용이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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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운용 지식이 부족한 기업이 관리 소홀로 적립금이 부족해지면, 감독기관 제재 및 과태료 부과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⑤ 인건비 예측의 불확실성
DB형은 근속연수와 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인건비가 더 커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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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거나 장기근속자가 대거 정년퇴직을 맞이하면, 기업이 준비한 충당금 이상으로 퇴직급여를 지출해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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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업 입장에서 예산 수립과 장기 재무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⑥ 세대 간 비용 불균형 문제
DB형은 과거 임금 상승률이 높았던 세대에게는 많은 퇴직급여를 보장하지만, 최근 임금 체계가 성과급 중심으로 변한 상황에서는 후속 세대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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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고령 근로자는 퇴직 전 고임금을 기반으로 퇴직급여를 많이 받지만, 젊은 세대는 임금 상승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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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이로 인해 세대 간 불만과 노사 갈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결론: 안정성과 부담 사이의 균형 필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에게는 안정성을, 사업주에게는 장기 인력 유지 효과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근속 연수·재무 부담·운용 관리 측면에서 분명한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근로자는 DB형의 안정성만 믿고 은퇴 자금을 준비하기보다는 개인연금·퇴직연금 DC형 등을 병행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업은 DB형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성과급 중심 임금체계·전문 운용기관 활용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DB형은 안정적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제도이며, 노사 모두 균형 있는 활용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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