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기준이 바뀌면 해석도 바뀐다
그동안 통상임금의 핵심 요건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중 ‘고정성’은 가장 논란이 많았던 요소로, 일부 조건이 부가된 수당이나 상여금은 고정적으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24년 12월 19일 선고된 대법원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기존 해석을 뒤집었습니다.
판결은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한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이라면, 부가 조건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고정성 요건을 통상임금의 본질적 징표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판례를 기준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대표적인 항목들을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본론
1. 기본급 – 논란 없는 핵심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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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조건: 모든 근로자에게, 매월 일정 금액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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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여부: 무조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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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정기성, 일률성 요건을 충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통상임금 항목입니다.
기본급은 통상임금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성요소입니다. 실무상 모든 법정 수당 및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값으로 취급됩니다.
2. 직무수당·직책수당 – ‘정기적’이면 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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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직책자에게 매월 30만 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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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해석: 직무 변경 가능성 → 고정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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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판례 기준: 지급 조건이 명확하고 소정근로 제공 시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면 통상임금
대법원은 “직무에 따른 수당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면, 그 직무 수행 여부가 조건이더라도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컨대, ‘팀장’에게 매월 지급되는 직책수당은 직무가 유지되는 한 정기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합니다.
3. 상여금 – 월정 상여는 통상임금으로 전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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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매월 15일 이상 근무자에게 20만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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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해석: 조건부 지급 + 고정성 결여 →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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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판례 기준: 조건이 소정근로일 이내라면 포함
과거에는 상여금이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되거나, 회사 재량이 개입되는 경우 통상임금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조건이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범위라면, 조건 성취 여부와 무관하게 통상임금”이라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즉, “월 15일 이상 근무”처럼 일반적이고 예측 가능한 조건이 부가된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주의: 연말성과급, 평가기준에 따른 변동 지급 등은 여전히 제외될 수 있음. 이는 고정성·일률성이 아니라 ‘경영성과에 따른 지급’이기 때문.
4. 식대·교통비 – 지급 방식이 중요하다
기존 판례 및 현행 기준: 모든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식대, 교통비 등은 복리후생적 성격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됩니다. 이는 2024년 판결로 변경된 내용이 아니라, 기존부터 확립된 법리입니다. (비고: 실비 변상 목적으로, 실제 사용한 비용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진다면 통상임금에서 제외됩니다.)5. 가족수당 – '일률성' 요건 충족 시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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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부양가족 1인당 매월 5만 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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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해석: 가족 유무 조건 → 고정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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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판례 기준: 조건이 일반적이고, 지급 기준이 정해져 있다면 통상임금
'부양가족의 존재'라는 조건은 근로 제공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부양가족이 있는 모든 근로자'라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집단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배우자 또는 자녀가 있으면 지급”이라고 정해두고, 지급 기준과 금액이 명확한 경우 통상임금으로 판단됩니다.
6. 근속수당 – 대표적인 통상임금 항목
기존 판례 및 현행 기준: 근속수당은 '일정 근속연수'라는 명확한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과거부터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이는 2024년 판결 이후에도 변함이 없습니다.결론: 이제는 “조건”이 아닌 “정기성과 일률성”이 핵심이다
이번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고정성 기준의 폐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과거에는 지급 조건이 존재하거나 회사의 재량이 개입된 항목은 대부분 통상임금에서 제외되었지만, 이제는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다면 대부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에게는 인건비 재산정과 인사제도의 전면 개편을, 근로자에게는 정당한 임금 청구의 확대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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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항목별 지급 조건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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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포함 여부 기준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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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명세서 및 취업규칙 정비
실무자는 판례의 취지를 충실히 이해하고, 해당 항목들이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지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